정원숙, 잉어와 잉여

Poetry
2022.12.23

내 눈은 가까운 곳을 보지 못한다. 너는 눈과 입과 귀를 스치는 바람인가 너는 내 심장을 기웃거린다. 너는 내 젖무덤에도 있고 뒤통수에도 있다. 콩콩 뛰며 들러붙어 있다. 키스를 할 때도 잠을 잘 때도 너는 늘 내 몸 어딘가에 기생한다. 보이지 않는 마음과 보이지 않는 손이 우리를 이끌고 있는가 미치광이 냄새가 풍겨온다. 달콤함이 진동하는 썩은 과일 냄새가 시간을 지배한다. 내 눈은 가까운 곳을 보지 못한다. 냄새가 키스를 몰고 오고 키스가 냄새를 밀어낸다. 등 뒤에서 초콜릿이 녹는다. 한밤의 태양이 녹고 히말라야 만년설이 녹는다. 너는 눈과 입과 귀를 스치는 바람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한 날 한 시에 한 몸이 되어가는 우리를 우리라고 부를 수 있는가 너의 언어가 나를 핥으며 미끄러진다. 나의 잠과 너의 꿈이 한없이 미끄러지며 녹고 있다. 이대로 죽어도 좋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