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새들의 임금님이
우리의 땅에 내려왔다.
황금빛 햇살을 맞으며
우리에게 말했다.
「자, 누가 이카루스인가.
모두들 한번 날아 보아라」
태양 가까이 날아
날개가 불태워져 버린 아이에게만
불멸의 날개를 주겠다.
납이 아니고
뼈와 뼈의 날개,
녹을 수 없고 썩지도 않는 날개.
그러나 지상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았다.
어느 아이가 귀가 있어
그것을 듣겠으며
어느 날개가 천재가 있어
태양까지 날겠는가.
우리들은 모두 가만히 있었다.
「이카루스만이 영원하다.
그것을 모르고 사는 자(者)는
이 지상에서 아무것도 모른다」
그러나 오, 지금은
시인도 청년도
사슴도 독수리도 아무도 날을 수 없음을
우리는 아무도 날지 않는 것을
그는 모르는 것일까?
그는 정말 모르는 것일까?
하늘 속에서 태양은 아름답고
태양 속에서 생명은 불타지만
그러나 이카루스,
이카루스는 잠을 자네.
파도와 회색 바위 위에서
이카루스,
모든 이카루스는 아무도 잠깨지 않네.
아무도.
김승희, 이카루스의 잠
Poetry2022.1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