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층에서 내려다본 이승의 액면.
뚜렷한 금이 사라졌다가는 이어지고,
거리를 가득 메운 세상의 수많은 모자들.
모자에 감춰진 금서들과
개 같은 여름의 추억들.
거칠기만 한 모서리들.
굴뚝 속에서 날아오르는 깨달음의 새들.
하나 둘 하나 둘,
일기를 쓰는 그날 저녁의 근육들.
야근조의 눈에 반사된 십자가.
숯이 되어버린 길 잃은 양들. 버스를 가득 채운 근심스러운 성자들.
폐수와 나란히 흐르는 생生.
전동차 속에 처박힌 외투들, 그리고
비슷한 무게의 이데올로기.
봉인되지 않는 회색 유골함. 출간되지 못한 서책들.
이승이라는 신전.
빨랫줄에 내걸린 무희들.
허연, 세상의 액면
Poetry2023.0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