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윤후, 금붕어불꽃*

Poetry
2024.02.23

*오오쓰카 아이의 노래 제목에서 빌려옴.

 

 

한겨울 기름매미 울음소리를 들어본 적 있는 사람에게 여름이란 계속 의심하는 흐름

늙은 맹금류가 하늘을 가로지르며 날아갈 때 생긴

풍경의 빗금 속에서 당신이 걸어나온다

흔들리는 청보리밭을 지나 서사를 잃은 골짜기를 지나 여름보다 먼저 오게 된 사람이다

턱을 괸 벼랑 앞으로 바짝 다가와 있는 만조의 얼굴을 하고선

얼룩에게 어울릴 만한 얼룩을 고른다 구슬땀이 이곳의 경치를 짐작하게 한다

한겨울 철갑을 둘렀던 나무가 여름 내내 그대로인 풍경 속에서 무엇이 무엇을 견디게 되었는지 궁금하게 되었을 때

당신은 사랑을 꿈꾸었던 여름에 변압기를 내리고는 오지 않았었지

여름은 말라버린 갈증이다 증거 없는 상실이다

멀리 있는 건 한달음에 올 수 있어서 가깝고 희미한 건 때가 되면 오지 않아서

당신은 설명한다 풀이를 시작하면서부터 여름은 지루해진다 다 마른 슬픔을 업고 동냥에 나서는 것과 다르지 않다

파도 구름 바다 초원⋯⋯ 커다란 풍경을 읊조리고는 혼자서 흔들리며 종소리를 내곤 했지

숨어 지내는 동안 건강했으면 좋겠어 이 다정한 악담을 전하려고 겨울을 버텨온 것 같아

당신은 여름의 한복판에 서서 점점 야위어간다 푸른 가로수 그림자와 구분되지 않아 난처한 풍경이었지

녹다 만 채로 다시 얼어붙지 않기 위해 자신을 계속 흔들어보는

그런 채집 생활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파묻었던 마음이 밀려들지 않도록 하염없이 방파제를 걷고 또 걷는

술래도 모르는 채 땀흘리는 숨바꼭질

당신이 나타나면서부터 여름은 빨라지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