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튀르 랭보, 감각

Poetry
2024.03.06

여름 야청빛 저녁이면, 들길을 가리라,
밀 잎에 찔리고, 잔풀을 밟으며.
몽상가, 나는 내 발에 그 차가움을 느끼게 하네.
바람은 나의 헐벗은 머리를 씻겨 주겠지.

말도 않고, 생각도 않으리.
그러나 무한한 사랑은 내 넋 속에 피어오르리니,
나는 가리라, 멀리, 저 멀리, 보헤미안처럼,
여인과 함께하듯 행복하게, 자연 속으로.

 

 

* 김현 번역(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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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날 푸른 저녁에, 나는 오솔길로 가리라,
밀 이삭에 찔리며, 잔풀을 밟으러.
꿈꾸는 나는 그 서늘함을 발에 느끼리라.
바람이 내 맨머리를 씻게 하리라.

나는 말하지 않으리라, 아무 생각 하지 않으리라.
그러나 무한한 사랑이 내 영혼 속에 차오르리라,
그리고 나는 가리라 멀리, 아주 멀리, 어느 집시처럼,
자연 속으로, ─여자와 함께인 듯 행복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