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연, 흑백영화

Poetry
2022.12.19

그곳에 들어갔다 오면
너는 과거의 사람
너는 부드럽고 네 옷은
잘 여며져 있으나
내가 만지던 피부는 그 아래 없네
나는 두렵고
나는 기억을 직조하지만
너에겐 이성이 없지
먼 곳으로 너를 보내고
나는 잠 속의 잠이 들어
태양은 끝없이 돌고
너의 피부는 너무 하얘서
나는 내 얼굴을 들여다 볼 수가 없네
그곳에 가지 않아도
너는 돌아오고
너는 내 안에서 나오지 않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