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은 또 하나의 방으로
방은 또 하나의 방으로
단 한 개의 방들로만 이루어진 우주라는 집
그 한가운데에서
직전의 그의 손목 검은 구멍 속으로 떨어지는 핏방울들이 그를 살아 있게 하는 걸까 죽어가게 하는 것일까 나는 내가 짜놓은 그물 한 올이 천천히 풀어지듯 나의 방문을 열고 나간다 영원히 닫힌 방문은 방문일까 그렇다면 영원히 열린 창문은 창문일까 다락에서 오래전부터 소중하게 간직되어온 그것의 먼지를 털어내고 보니 하나도 예쁘지 않은 액세서리였던 것처럼
내가 찾아낸 나에게서 가장 많이 연루된 사람이 나였던 것일까 내일 밤의 파티 꽃무늬 스카프를 두르고 웃고 있는 나의 얼굴이 검은 원피스의 담배 연기 당신이 뱉어내는 뒷모습처럼
끝의 실루엣 또는
실루엣으로만 존재하는 끝에 대해
당신은 가끔
이해할 수 있기라도 하듯
하재연, 도망자
Poetry2023.0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