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경, 거름비

Poetry
2023.03.05

들리나요 소문 없이
가고 노래도 없이
가고 들리나요
퍼지러앉아 온몸 살구덩이
흙창으로 주저앉아
들리나요 해어진 옷 사이로
벌건 어둠이 박혀
들리나요
벌겋게 그리움 내 자취는
그리움 들리나요
기어오르다
노래
내리다
노래
시커멓게 박혀
박혀 진저리
박혀 눈 부릅뜨다
아무것도 뵈지 않아 진저리
산천은 잎을 벌리고
받아내네요 들리나요
갤 것 같지 않은
막막한
막막한 너머의 주저앉는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