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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하늘 끝에 무엇이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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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try

103 Posts

한강, 피 흐르는 눈 3

Poetry
2023.05.02
허락된다면 고통에 대해서 말하고 싶어 초여름 천변 흔들리는 커다란 버드나무를 올려다보면서 그 영혼의 주파수에 맞출 내 영혼이 부서졌다는 걸 깨달았던 순간에 대해서 (정말) 허락된다면 묻고 싶어 그렇게 부서지고도 나는 살아 있고 살갗이 부드럽고 이가 희고 아직 머리털이 검고 차가운 타일 바닥에 무릎을 꿇고 믿지 않는 신을 생각할 때 살려줘,란 말이 어슴푸레 빛난 이유 눈에서 흐른 끈끈한 건 어떻게 피가 아니라 물이었는지 부서진 입술 어둠 속의 혀 (아직) 캄캄하게 부푼 허파로 더 묻고 싶어 허락된다면, (정말) 허락되지 않는다면, 아니,

한강, 여름날은 간다

Poetry
2023.04.13
검은 옷의 친구를 일별하고 발인 전에 돌아오는 아침 차창 밖으로 늦여름의 나무들 햇빛 속에 서 있었다 나무들은 내가 지나간 것을 모를 것이다 지금 내가 그중 단 한 그루의 생김새도 떠올릴 수 없는 것처럼 그 잎사귀 한 장 몸 뒤집는 것 보지 못한 것처럼 그랬지 우리 너무 짧게 만났지 우우우 몸을 떨어 울었다 해도 틈이 없었지 새어들 숨구멍 없었지 소리 죽여 두 손 내밀었다 해도 그 손 향해 문득 놀라 돌아봤다 해도

오규원, 문득 잘못 살고 있다는 느낌이

Poetry
2023.03.21
잠자는 일만큼 쉬운 일도 없는 것을, 그 일도 제대로 할 수 없어 두 눈을 멀뚱멀뚱 뜨고 있는 밤 1시와 2시의 틈 사이로 밤 1시와 2시의 공상의 틈 사이로 문득 내가 잘못 살고 있다는 느낌, 그 느낌이 내 머리에 찬물을 한 바가지 퍼붓는다. 할말 없어 돌아누워 두 눈을 멀뚱하고 있으면, 내 젖은 몸을 안고 이왕 잘못 살았으면 계속 잘못 사는 방법도 방법이라고 악마 같은 밤이 나를 속인다.

이승희, 정원의 세계

Poetry
2023.03.21
첨벙첨벙 꽃이 피고 드디어 나무에는 물고기가 가득했다 꽃송이 속으로 물고기들이 떼를 지어 쏘다녔고 나는 물 장화를 신고 정원을 쏘다녔다 해당화 그늘 속으로 헤엄치는 날들이 많아졌고 여름이 한참 지난 후에도 나의 놀이는 계속되었다 이렇게 살아도 되는지 몰라서 멈출 수 없는 놀이 매일매일 사라지고 다시 생기는 별의 일에 대하여 날마다 멀어지는 일이 살아가는 일이라는 말에 대하여 잠든 것들의 모든 기척처럼 번지는 핏방울에 대하여 손을 숨길 주머니도 없이 벗어둔 물 장화 속으로 물이 가득 차서 배처럼 흔들리는 것을 모퉁이를 갖지 못한 채 살아와서라고 할 수 있을까 끝은 얼마나 아파야 제 끝을 다른 끝에게 내어줄까 쓰러져도 자꾸만 떠오르는 이 세계는

최영미, 선운사에서

Poetry
2023.03.21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 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허연, 내가 나비라는 생각

Poetry
2023.03.07
그대가 젖어 있는 것 같은데 비를 맞았을 것 같은데 당신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무너지는 노을 앞에서 온갖 구멍 다 틀어막고 사는 일이 얼마나 환장할 일인지 머리를 감겨 주고 싶었는데 흰 운동화를 사 주고 싶었는데 내가 그대에게 도적이었는지 나비였는지 철 지난 그놈의 병을 앓기는 한 것 같은데 내가 그대에게 할 수 있는 건 이 세상에 살지 않는 것 이 나라에 살지 않는 것 이 시대를 살지 않는 것 내가 그대에게 빗물이었다면 당신은 살아 있을까 강물 속에 살아 있을까 잊지 않고 흐르는 것들에게 고함 그래도 내가 노을 속 나비라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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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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